<라이온 킹> 심바와 날라 랜덤박스


교감으로 느껴지는 모든 감정의 역사



<라이온 킹>과 발바닥 랜덤박스


심바와 무파사의 대화

1

"세상 모든 것은 미묘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왕은 이 균형을 이해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해
조그만 개미부터 커다란 들소까지..."

"하지만 우린 들소를 먹고 살잖아요."

"하지만 우린 죽어서 풀이 되고 들소는 그 풀을 먹지. 
결국 우린 모두 자연의 섭리 속에 사는 거야."



"아빠처럼 용감해지고 싶었어요."

"아빤 필요할 때만 용감해진단다. 
용기란 무모하게 부리는 게 아니야."

"하지만 아빤 두려운 게 없으시잖아요."

"아깐 두려웠다."
"그래요?"
"널 잃는 줄 알았어."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히가시노 게이고 SF/스릴러/미스테리 문학


그러고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처음이다. 그가 쓴 장편 소설은 두께부터 엄청나서 왠지 손이 쉽게 가지 않았고, 오히려 영화로 더 많이 접했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엄청난 속도로 책을 내는데, 공장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식의 스피드가 나올 수 있나 싶다. 아무튼...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90년대에 나온 초기작들을 엮은 단편집이라는데, 처음 접하는 게이고의 책으론 잘못 선택한 듯하다. 차라리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장편을 먼저 읽을 걸 그랬나... 치밀하다는 느낌 보다는 작가가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더 눈길이 갔다. 

'연민'이 느껴진달까. 모든 사건이 그렇다기 보다는 대부분, 조금씩 저들마다의 사정이 있어 안쓰러운 부분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춤추는 아이>와 <끝없는 밤> 그리고 <하얀 흉기>이다.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읽고나서의 뒷맛이 있었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나머지 단편들 중에서 가장 치밀하기 때문에 표제작으로 선정될 만하다.)

<춤추는 아이>는 사실 읽고나면 마음이 찝찝해진다. 남학생의 순수한 선의가 결국 자신이 좋아하던 여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악의가 되어버린... 하지만 영원히 그 사실을 알지 못할 남학생의 이야기. 남학생의 마음이 너무나 순수해서 죽음과의 대비가 너무 크다. 영원히 그가 진실을 알게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영상미가 가장 잘 그려졌던 단편.

<끝없는 밤> 역시 트릭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더 눈길이 갔다. 오사카를 극도로 싫어하는 여자의 남편이 오사카에서 죽었다. 남편의 직장이 있는 곳이지만 여자는 별거를 해서라도 오사카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형사는 여자에게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오사카로 내려오게 되는데, 형사와 함께 하루동안 남편의 일상을 경험해보기로 한다. 남편이 자주 가던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또 오사카 길거리를 걸었다. 소설 내내 형사와 여자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행의 끝에서, 여자는 자신이 남편을 죽였노라 고백한다. 물론 형사는 이 모든 것을 알고서 동행을 제의한 것이지만, 그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마지막 여자의 고백이 후련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얀 흉기>는 솔직히 억지스럽긴 하지만, 마지막 호러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인상적이다. 두 사람간의 대화인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정신이 분열된 여자의 혼잣말이던 대화들과 현재 사건들이 번갈아가며 배치된 점도 재미있었고, 갓난아기 인형을 안고서 쉴 새 없이 중얼거리는 여자의 대사로 마무리한 지점도 좋았다. 영화였다면 개연성 떨어지는 게 더 티났을 것 같은데, 소설이어서 잘 묻어간 듯하다.

자기 전에 한 편, 일어나서 한 편씩 읽었던 게이고의 단편집. 기대를 굉장히 많이 했지만 초기작이어선지 아직은 엉성한 맛이 있었다. 게이고는 단편보단 장편이라는데, 기회가 되면 더 읽어봐야겠다.


0.0MHz, 2019 - 유선동 2000년대 공포영화


초자연적 현상을 분석하는 동아리 '0.0Mhz' 멤버들이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를 탐지하기 위해 찾은 폐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담은 영화이다. 지금까지 13만명이 들었는데 나도 그 중 하나... 얼마 없는 상영 시간을 뚫고 볼 수 있었다. 웹툰 원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 보고나니 각색이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원작을 보지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원작에 있었다 하더라도 차라리 빼거나 바꿔야했을 장면들이 많았다. 그리고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캐릭터'들이다. 차라리 정은지가 연기한 주인공 '소희'라도 중심을 잡고 있었다면 나머지 인물들이 이해되지 않아도 용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당의 딸로 태어나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희는 시종일관 어둡고, 우울하고, 파르르 떨고,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답답). 그런데 갑자기 빙의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의 통화를 하고, 퇴마 의식을 할 땐 <응답하라, 1997>같은 캐릭터가 되는, 인물의 변모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이건 변모가 아니라 다중인격에 가깝지 않을지). '소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영화의 소재가 '0.0MHz'인데 이야기 진행하는 데 있어 시발점은 되었으나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연출적으론 <곤지암>을 노린 느낌이지만 그러기엔 카메라 기법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 차라리 주파수와 소리에 연출 포인트를 맞췄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면 좀 더 색다른 장면들이 많이 나왔을 것 같은데... 다 보고나니 원작이 궁금해졌다. 2013년작이라 지금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굉장히 인기가 좋았고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렇게 보면 참... 각색이 어렵다. 연출은 더 어렵고.

할로윈3 Halloween III: Season Of The Witch, 1983 - 토미 리 월리스 1980년대 공포영화



*스포일러 포함

<할로윈2>에서 마이클 마이어스가 죽고, 존 카펜터의 원래 계획은 매년 새로운 “할로윈”을 만드는 것이었다. 할로윈 데이 때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들. 하지만 생각보다 <할로윈3>가 흥행이 저조하자 영화 제작자들은 마이클 마이어스를 부활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이 영화는 <할로윈> 시리즈의 팬들에게 욕을 어마어마하게 먹었는데, 마이클 마이어스를 다시 보게 되리라는 설렘을 안고 영화관을 찾았다가 막상 보고 나온 것은 괴상한 SF판타지호러물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보면서 계속 ‘어라? 왜 이 영화를 <할로윈> 시리즈에 넣은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존 카펜터 감독의 계획을 영화 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의 계획처럼 앤솔러지 형식으로 가도 좋았을 것 같다. 마치 할로윈 유니버셜처럼. <할로윈3>에 나오는 술집에서 <할로윈1>을 틀어주기도 하고, 나름 재치있게 연관 지어 놓았다. 

물론 영화의 만듦새는 굉장히 아쉽다.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니까. 뿐만아니라 중년 남성의 판타지가 들어간 불필요한 애정씬이나, 우왕좌왕하는 인조인간들이나, 너무 쉽게 탈출하는 주인공이나, 스톤헨지의 힘을 갖고있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할로윈 가면 공장이나, 어줍잖은 CG나(작작 했어야지), 말할 것들이 참.... 많다.

그래도 나는 마이클 마이어스가 나오는 할로윈 시리즈와 독립적인 작품으로 보자면, 할로윈 유니버셜로서 시도해볼만한 영화였다고 본다. 할로윈날 실버 샘락의 가면을 쓰고 할로윈 광고를 보게 되면, 가면을 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TV앞에 모여들게 될 것이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머리가 오그라들고 벌레며 뱀이며 죄다 튀어나와 세상을 멸망케 할 것이라는 실버 샘락 공장의 음모.

테스트 룸에서 가족이 당하는 장면은 인상적이긴 하다(사실은 끔찍하다). 이런 장면처럼, 조금만 더 신경써서 만들었다면 존 카펜터의 바람대로 매년 새로운 할로윈 영화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할로윈 시리즈 통틀어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 <할로윈3>. 마이클 마이어스가 안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망작이라고 폄하되기엔 아쉽긴 하다. 지적할만한 사항이 차고 넘치지만, 겁나 신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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