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세인 Unsane, 2018 - 스티븐 소더버그 2000년대 공포영화



반성했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지금까지 이런 저런 변명을 붙여가면서 영화를 못 찍었다고 했지만, 사실 안 찍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이폰7플러스에 모멘트 렌즈를 달아서 10일만에 찍은 이 영화를 보고나니 비로소 현실을 직시했다. 그냥 난 안 찍어온 거였어, 젠장(제작비는 백오십만 달러로, 나와 비교할 건 아니지만). 물론 <언세인> 또한 다른 때깔 좋은 영화랑 비교했을 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을 테지만, 나는 이 편이 더 맛깔스럽다. 그러한 투박함이 영화와 어울린다.

영화는 남자의 사랑(집착) 충만한 나래이션으로 시작된다. "(...)너를 보기 전엔 살아있다는 게 뭔지 몰랐거든. 그날 넌 나도 모르던 내 안의 뭔가를 일깨웠어.  바로 그때 난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뀔 걸 알았지. 그 순간 난 영원히 변해버렸어. 너 때문에." 

전자음 같은 새소리(또는 새소리같은 전자음), 푸른 색감의 숲이 어딘가 음산하다. 이어서 새빨간 색깔에 얄쌍한 폰트의 <UNSANE> 타이틀이 뜨고, 카메라는 훔쳐보듯 소이여를 따라간다. 간단히 말해 영화는 스토킹 피해를 입어 병원을 찾은 소이여가 본의 아니게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고 탈출하는 내용이다. 

"난 미쳤어요."라고 해도, "난 미치지 않았어요."라고 해도 미친 사람으로 취급 되는 곳이 바로 정신병원이다. 소이여가 경찰에 전화를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미친 사람의 전화로 취급해버린다(이런 전화를 수도없이 받았을 테니까). 병원은 보험금을 타먹으려는 속셈으로 소이여를 계속 가둬 놓는데, 더 미치는 상황은 소이여를 스토킹한 데이비드 스트라인이 조지 쇼라는 이름(인물)으로 정신병원에 위장취업했다는 것. 소이여가 얌전히 약을 받아 먹는 환자들 뒤에서 히스테릭하게 "저 새끼가 스토커라고 썅!"이라는 식의 말을 해대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때만큼은 소이여가 다른 환자들보다 더 미쳐보였으니까. 소이여는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헛소리하는, 치료가 필요한 폭력적 성향을 가진 환자일 뿐이다("우린 인사 검증 다 했어요. 이 사람은 스트라인이 아니에요."). 





결국 독방에 갇힌 소이여가 나름의 기지를 발휘해서 탈출하고(주노 템플만 불쌍하게 됨), 자신을 유령처럼 쫓아다니던 스트라인을 죽여버린다(병원의 비리가 밝혀지는 건 덤). 하지만 끝까지 소이여는 스트라인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레스토랑의 남자를 찌를 뻔하다가 도망치듯 나온다. 소이여의 불안한 눈빛은 아마 계속될 것이다.

스토커들은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하지만, 이들은 소이여의 말처럼 "아무도 사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까지도. 아무리 사랑이라는 기가막힌 포장지로 싸매봤자 그것은 사랑처럼 보이는 허상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피해자들은 스토커가 모습을 드러내든, 드러내지 않든, 심지어 스토커가 죽는다하더라도, 허상에 의한 공포를 지속적으로 느껴야만 한다(이런 인간들은 똑같이 당해봐야하는데). 

치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계속 흥미롭게 봤다. 다만 예고편을 보고 유추했던 것처럼, 정신병원에 위장취업한 스토커가 진짜일까 소이여의 망상일까식의 미스테리함이 없어서 내용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이건 내 예상과 달랐기 때문일 수도). 그리고 히스테릭한 장면들이 많았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IMDB에선 혹평이 많던데 나는 그정도까진 아니었다. 소이여 역의 클레이 포이가 매력있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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