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 백 Body Bags, 1993 - 존 카펜터, 래리 설키스, 토브 후퍼 1990년대 공포영화


*스포일러 포함

영화의 제목인 '보디 백'은 시체를 담는 가방으로, 흰머리가 무성한 할아버지가 시체 안치소에서 시체들을 하나씩 꺼내며 세 이야기를 들려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공포영화이다. 존 카펜터가 할아버지 연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뻔뻔하게 잘하던걸? 귀엽기도 하고(?). 아무튼 존 카펜터와 토브 후퍼의 만남이라니. 과연 뚜껑을 열어보면 어떨지? 존 카펜터는 <The Gas Station>과 <Hair>을 연출했고, 토브 후퍼는 맨 마지막 편인 <Eye>를 연출했다. 

우선 첫번째 영화 <The Gas Station>은 심심하지만 그래도 단편에 어울리는 깔끔한 맛이 있다. 주유소 매점에 첫 출근한 여자가 겪는 일을 다룬 슬래셔 영화. 심야 시간, 이상한 손님들, 밀폐된 공간, 응답이 느린 911, 부랑자, 매니저를 사칭한 살인마... 찔끔찔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깔려있다. 메뉴판 위쪽에 자리한 기본 정식같은 느낌이랄까. 뻔하긴 해도 실패하지 않는 음식.

<Hair>은 그에 비해 굉장히 골때리는 이야기다. 탈모가 고민인 중년 남성이 한 광고를 통해 한 클리닉을 찾아간 뒤, 마치 아프간 하운드 마냥 찰랑찰랑하고 숱 많은 머리를 얻게 된다(자신감과 사랑은 덤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털이 나버리는데, 알고보니 클리닉을 찾은 사람들의 뇌를 먹기 위한 외계인들의 어그로였던 것. 보고나면 상당히 짠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받는 주인공. 무섭다기보단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B급 SF영화에 가깝다. 조악한 외계인 CG 또한 보는 맛이 있다(나는 80-90년대 CG가 참 좋다). 이 영화가 중간에 배치된 건 잘한 일. 자동차 극장에서 팝콘 먹으면서 보기 딱 좋다.

마지막 토브 후퍼의 <Eye>는 살인마의 눈을 이식받게 된 야구 선수가 점점 살인마처럼 행동하게 되는 이야기다. 괴담에서 많이 듣던 설정이다. 실제로도 환자가 기증자의 장기를 이식 받은 다음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셀룰러 메모리'라고 하는데, 실제 사례들이 있음에도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영화에선 주인공이 기증받은 살인자의 눈으로 환영을 보는 것으로 이용된다. 마지막에 "랜달! 랜달!" 거리면서 이중인격 연기를 하는 주인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식받은 눈을 찌르면서 끝난다.

세 영화 모두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수작도 아니다. 이야기들이 평범하고 연출도 그다지 새롭지 않아서, 쉬는 날 골때리는 영화 보고 싶을 때 한번쯤 꺼내볼만한 영화이다. 물론 이 시대만이 가질 수 있는 감수성은 좋다. 그리고 이야기 전달자인 Coroner가 나올 때가 가장 재밌는데, 마지막까지 잔망스럽게 마무리하는 존 카펜터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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