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의 아기 Rosemary's Baby - 아이라 레빈 공포에 관한 텍스트

*스포일러 포함

1967년 출간한 아이라 레빈의 오컬트 소설 <로즈메리의 아기>. 소설 보다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로즈메리의 아기(악마의 씨)>를 먼저 접했는데, 영상미며 긴장감이며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8년 전에 본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 그런데 갑자기 이 원작 소설이 보고싶어졌다. 워낙 오컬트를 좋아하는데다 영화가 아닌 소설이라는 매체 안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기 때문. 

처음엔 그냥저냥 읽었다. 아무래도 복잡한 플롯도 아니었거니와 옛날 미국 소설 특유의 낯간지러운 묘사들 때문에 오그라들기도(?) 해서. 그러나 무슨 일인지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조금만 더 읽고 덮어야지,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마지막 장이었다. 아무래도 인물들의 행동, 로즈메리만의 감정 묘사가 주를 이루다보니 가독성이 좋았다. 게다가 영화 보듯이 이미지가 곧잘 떠올랐다.

로즈메리는 아기를 찾으러 가기 전까진 수동적인 캐릭터에 가깝다. 칼을 들고 아기가 있는 로만 부부네로 가지만 적극적인 공격도, 악마의 아기를 죽이지도 못한다. 결국 악마 숭배자들이 에이드리언이라고 부르는, 자신의(사탄의) 아들 앤디 곁에 남기로 한다. "에이드리언의 어머니, 로즈메리 만세!" 하지만 로즈메리가 수동적이었기 때문에 이 책만의 어딘가 병약하고 무력한 무드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그때문인지 지금 보면 결말이 다소 심심하긴 하다. 사탄의(자신의) 아기를 창밖으로 내던지든, 자신도 악마 숭배자가 되든, 그냥 이 미친놈들을 떠나 영영 뉴욕으로 돌아오지 않든, 로즈메리는 뭔가 시원하게 선택하지 않는다. 악마 숭배자들이 아들을 에이드리언이라고 부르든 어쩌든, 뭔가 마이웨이로 앤디를 보살필 것이란 암시 정도. 

그래도 나는 이 소설이 마음에 든다. 임신/출산이라는 거대한 공포 위에 악마주의, 악몽, 사탄과의 섹스-잉태 등 오묘한 것들이 곁들여 있어서 지금 봐도 그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간만에 영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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