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The piper, 2015 - 김광태 2000년대 공포영화


레퍼런스를 찾다가 다시 보게 된 <손님>. 독일 민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뜻하지 않은 귀신 '손'에 관한 한국의 민간 신앙을 결합시킨 판타지 호러다. 시도 자체는 굉장히 높게 산다. 호러 중에서도 판타지 호러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에서 제작비 40억짜리 판타지 호러라니. 게다가 배우진도 빵빵하다. 하지만 결과는 밍숭맹숭. 분명 영화 안에 담고자 하는 집단적 죄의식, 타자에 대한 배척,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일면에 대한 우화 등이 잘 드러난다. 그럼에도 삼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쩔 수 없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대충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상 가능하다. 새롭게 짜 맞춰야하는 것은 결국 마을 내 미스테리인데, 마을의 어마어마한 '비밀' 보다도 후반부에 나오는 '쥐떼'가 더 공포스럽다. "살기 위해 짓는 죄는 괜찮다"며 결국 죄를 짓고야마는 마을 사람들에 대한 과거는 충분히 잔혹하고 무섭지만, 큰 임팩트로 다가오지 않았다. 기시감 때문인가... (그래도 무당 나올 때가 가장 무섭) 후반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나뉜다. 의도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영화에 들어있는 장르는 판타지와 호러뿐만이 아니다. 우룡이 각성하기 전까진 곳곳에 코미디와 멜로 라인이 들어가 있다. 물론 미숙과의 멜로는 후반부 아들의 죽음과 사랑에 대한 배신으로 각성하는 우룡을 위해 필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하지만 코미디는....? 

이건 개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여러 장르적인 요소를 가지고 올 땐 더 조심해야한다고 본다. 호러에 코미디를 넣고 싶으면 아예 호러 코미디로 밀고갔으면... 개인적으로는 애매하게 코미디 요소를 넣을 바에야 아예 빼고 후반부 혼돈의 쥐 카오스로 끌고 갈 때까지 집중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캐릭터도 더 입체적으로 그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장 복잡한 인물은 주인공 우룡이 아닌 촌장이다. 우룡의 전사를 꼭 영화상에 집어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물의 행동이 이미 다 짜여진 판 안에서 노는 듯한 느낌이라서. 이런저런 좋은 것들이 다 들어있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손님>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분명 나쁘지 않은데 말야.

덧글

  • 좀좀이 2019/08/01 11:56 # 삭제 답글

    마을의 어마어마한 비밀보다 쥐떼가 더 무섭다니...이건 뭐 자연의 공포스러움을 담은 영화인가요 ㅎㅎ;; 호러에 코미디 섞다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렸군요;;
  • SHEBA 2019/08/03 00:02 #

    분위기를 진득하게 끌고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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