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Seven Years of Night, 2018 - 추창민 SF/스릴러/미스테리 영화


좋은 원작이 좋은 영화를 가져오진 않는다. 가장 중요한 첫단추인 '각색'에서 실패하면 엉성한 오리지날 시나리오로 찍은 영화보다도 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을 다 읽고 연달아 영화 <7년의 밤>을 보았다. 원작 소설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먼저 봤다면,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인지 감정선이 잘 이해되지 않을 것 같았다. 소설은 각각의 인물들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기에, 그리고 지나치게 세밀한 묘사 덕에 인물을 깊이 알 수 있지만, 영화는 장면으로 보여줘야 한다(물론 나레이션이라는 장치가 있다만 이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각색을 할 때 어떤 것을 보여주고 압축해야 경제적이고 효과적인지 고민을 해야만 한다. 물론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각색만 2년이 걸렸다고 하니 별에 별 시도는 다 했을 것 같다. 나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각색을 하면 잘 살릴 수 있었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최고가 아닌 '최선'의 방향만 나오더라...

그러니까 원작 자체가 각색이 어려운 소설이다. 그래서 함정에 빠지기 쉽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서사를 보면 영화화 하기 쉬워보이지만, 막상 각색을 하면 입체적이었던 인물이 평면적으로 그려지기 쉽다. 작가가 심리묘사로 세공해놓은 인물을 세련된 장면으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지... <7년의 밤>만 보더라도 딸 세령과 하영에게 집착하고 폭력을 가하는 오영제가 마지막에선 마치 자신의 행동을 '사랑'으로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소설속에선 말그대로 그냥 미친놈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기가 정한 질서대로 되지 않으면 폭발하고 마는, 자기가 잃은 만큼 상대도 똑같이 잃어야 직성이 풀리는 오영제의 캐릭터는 단순히 폭력 아빠/남편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또한 '최현수'라는 인물....그러니까 영화상에서의 주인공이 가장 애매하다. 오해받기 쉽다. 세령이 갑자기 튀어나왔든 아니든 이미 음주운전 중이었고, 차에 받혔지만 숨을 쉬고 있던 세령을 죽인 살인자다. 소설에서야 그의 트라우마며 미쳐가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니 어찌어찌 인물을 잘 따라갈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오히려 최현수의 트라우마 장면을 지나치게 많이 보여주어 속도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차라리 <끝까지 간다> 느낌처럼, 최현수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자수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상황적으로 몰아붙였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을 '최현수 VS 오영제'로 가져갔다면 훨씬 깔끔했을 것 같다. 지금은 원작 내용을 띄엄띄엄 보여주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에 개연성 지적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까도 말했듯 각색이 어려운 원작이다.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참 안타까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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